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등장인물 총정리, 인간이 되기 싫은 구미호의 인생 리셋 로맨스
SBS 금토드라마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은 설정부터 확실히 다르다. 보통 구미호 드라마는 인간이 되고 싶어 안달 난 존재가 주인공인데, 이 작품의 은호는 정반대다. 인간이 되기 싫어서 선행도 피하고, 사랑도 피하며, 재미있는 것만 골라서 사는 MZ 구미호다. 이 설정 하나만으로도 드라마의 방향성이 분명해진다.
이야기는 은호와 자기애 과잉 축구 스타 강시열이 얽히면서 본격적으로 굴러간다. 실력, 외모, 인기까지 모두 가진 시열은 자기 인생이 당연히 잘 풀릴 거라 믿는 인물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의 인생에 설명 안 되는 운이 붙기 시작하고, 그 중심에 은호가 있다. 이때부터 판타지와 스포츠, 로맨스가 묘하게 섞이기 시작한다.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보러가기!
은호는 인간이 되는 걸 인생 최대 리스크로 여긴다. 과거 절친이었던 금호가 인간이 되었다가 비참한 결말을 맞는 걸 직접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늙지 않는 외모와 능력을 이용해 인간 세상의 꿀만 쏙쏙 빼먹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강시열과 얽힌 사건 하나로 인해, 은호는 원치 않게 인간이 되어버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되기 싫어했던 구미호가 가장 인간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강시열의 서사도 꽤 흥미롭다. 초반에는 솔직히 재수 없는 캐릭터다.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처럼 보이고, 타인의 인생엔 별 관심도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성공이 결코 공짜가 아니었고, 누군가의 운명을 밟고 올라온 결과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몰락 이후에야 비로소 사람을 보기 시작하는 성장선이 이 드라마의 중요한 축이다.
여기에 현우석이라는 인물이 더해지면서 ‘운명 교환’이라는 설정이 또 하나의 긴장감을 만든다. 재능은 있었지만 빛을 못 봤던 선수와, 모든 걸 가졌던 스타의 위치가 뒤바뀌는 구조는 스포츠 드라마로 봐도 꽤 설득력이 있다.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인생이 어떻게 뒤틀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치로 잘 쓰인다.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보러가기!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이 재밌는 이유는 판타지 설정이 화려해서가 아니다. 인간이 되기 싫었던 구미호가 인간의 한계와 감정을 하나씩 배우고, 잘 나가던 축구 스타가 처음으로 자기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과정이 생각보다 현실적이다. 웃기다가도, 어느 순간 묘하게 찔린다.
결국 이 드라마가 말하고 싶은 건 하나다. 영원히 도망치며 사는 것도, 끝없이 자기애에 취해 사는 것도 답은 아니라는 것. 망해봐야 비로소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는 메시지가 판타지 로맨스라는 포장 속에 꽤 진하게 담겨 있다.